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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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이 몰고온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도 우리의 여가문화는 아날로그형에 머물러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3명만 모이면 으례 고스톱판이 벌어지고, 술 자리는 2차, 3차로 이어지기 일쑤다.  야유회나 단합대회를 해도 고성과 싸움이 나도록 놀아야 직성이 풀리는 게 아직도 우리 여가문화의 일그러진 단면이다.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여가를 가질 만한 여유가 없었던 게 사실. 허리끈을 조르며 앞만 보고 달려온 세대들에게는 여가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다. 그러나 고실업사회를 앞둔 시점에서 일과 여가에 대한 생각을 근본적으로 반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이는 노동시간을 줄이자는 사회적 분위기와 관련돼 있다. 

최근 시작된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서도 대부분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고실업시대에 근무시간을 줄이는 대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란 인식에서다. 다만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만큼의 임금을 줄어드는 문제가 쟁점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아직 우리에 적합한 보편적인 여가문화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평소 시간적 여유가 있더라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유럽인들이 동양인들을 가리켜 워커호릭이라고 지칭한다. 일중독자임을 비아냥 거리는 말이다. 우리의 경우 일하기 위해서 쉰다는 생각이 은영중 자리잡은 데 비해 유럽인들의 경우 쉬기 위하여 일한다는 말도 일과 여가에 대한 인식 차이를 잘 나타낸다. 


이같은 인식속에 유럽 대부분 국가들은 일찍부터 주 5일제 근무를 시행했고 최근 독일은 주 28시간 근무제까지 도입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한달 이상씩 여름 휴가를 즐기는 곳 또한 많다. 평일의 경우도 오후 6시면 거의 전 상가들이 문을 닫는다. 쉴 것 다 쉬면서 어떻게 부를 누릴 수 있는 지 얼핏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해답은 사회보장제도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사회보장이 잘 된 대부분 선진 유럽국가 국민들은 사실 많은 돈을 모을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지 않는다. 또 과세제도가 투명하고 소득에 대한 철저한 과세로 왠만해서 많은 돈을 모으기도 힘들다. 


네덜란드나 벨기에의 경우 요즘 같은 여름철이면 밤 10시가 돼도 날이 훤하지만 술집을 포함해 대부분 상가들이 철시한다. 오후 6시면 문을 닫도록 법으로 규제돼 있기 때문이다. 벨기에의 경우 1주일에 한 차례 밤 9시까지 영업이 허용된다. 관광지 등 극히 예외적인 곳을 제외하고 모든 상점들이 일찍 문을 닫기 때문에 흥청망청 할래야 할 곳도 없다.

물론, 유럽에도 선술집과 카페 등이 도심 곳곳에 있다. 그러나 고주망태가 되다시피 술을 마신 손님을 찾기 힘들다. 맥주 한 잔을 놓고 1시간이고 2시간이고 대화를 나눈다. 술이 목적이 아닌 대화가 목적인 것이다. 탁 트인 광장에 젊은이들이 음료수 잔을 놓고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는 광경도 낭만적이다. 


유럽인들의 여가 생활은 특히 여름 휴가에서 잘 나타난다. 화려한 여행을 즐길 것 같은 프랑스인들의 경우 비싼 호텔 등을 찾는 화려한 여행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텐트 치기를 좋아하며, 남유럽을 돌면서 자연과 더불어 휴가를 즐기는 경우가 더 많다.


스위스인들의 여름 휴가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유럽 여러 국가중에서도 유별나다. 이는 스위스 국민들이 평소 유럽 국가중에서도 가장 열심히 일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스위스인들의 근면성은 세계적으로 빠지지 않으며, 그 덕분에 별 뾰족한 자원이 없으면서도 국민소득 세계 최상위권의 나라에 속한다.  이런 스위스인들이기에 여름 휴가를 손꼽아 기다리며, 만일 여름휴가 때 날씨라도 궂으면 1년 내내 휴가철 날씨 타령을 할 정도로 여름휴가에 집착한다.


이탈리아인들의 휴가는 보통 한달 이상이다. 일반 회사의 경우 평소 보통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하고, 2시간 정도의 점심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일한다. 점심시간이 충분히 확보돼 직장 동료간, 친지간 느긋하게 점심을 즐긴다. 그러고도 여름 휴가를 꼭 챙긴다. 아니 한달간의 여름 휴가를 위해 1년 일을 한다 할 정도로 여름 휴가에 대한 관심이 이곳에서도 뜨겁다.


독일인들은 여름휴가를 상당히 계획적으로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독일인들은 여름휴가를 어떻게든 자기 개발의 기회로 삼으려 하며, 도심지에서 한가하게 텐트치고 보내는 광경도 볼 수 있다. 이는 평소 마음먹고 있던 자녀교육 등이 휴가계획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독일인들의 철저한 합리성이 휴가에까지 드러난다고 해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