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 LK-99에 대해서.

초전도체 LK-99에 대해서.

Unknown

지난 주말부터 LK-99 때문에 초전도 연구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네요. 클리앙에 올라오는 관련 글들을 보니, 초전도에 대해서 많이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 몇 가지 설명을 해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써봅니다. 참고로, 저는 초전도 실험 물리로 학위를 받고 현재도 관련분야에서 근무 중인 사람임을 밝힙니다.

어느 분야든 비슷하겠지만, 본인이 몸담고 있는 분야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으면, 기쁜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적지 않은 부담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물리를 전공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글을 쓰는 만큼, 최대한 쉽게 서술해보겠습니다.

지난번 어떤 분이 쓰신 글에서, 미국, 유럽, 중국, 인도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LK-99를 재현하고자 달려드는 시국에 왜 우리나라의 연구기관들은 그렇지 아니한가를 말씀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답변을 드리면, 우선 우리나라에 초전도 물리만 전공으로 하시는 분은 (좀 더 정확히는 활발히 연구하시는 분)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국내에서 초전도 실험은 무엇보다 액체헬륨이라는 어마어마하게 비싼 액체를 (최근에 제가 듣기론, 대략 1L에 6~8만원 수준입니다.

그런데 실험을 위해선 1L가 아니라 적어도 100L 정도씩 저온 장비에 채워서 사용하는데, 연구실마다 장비 상태가 달라서 정확히 이야기는 어렵지만, 실험을 위해서는 이정도의 양을 주기적으로 소비를 해야합니다) 쉼없이 운영할 만큼 연구비가 풍족하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초전도 물리만 전공을 하기보다는 인접분야에 발을 담그고 연구를 진행하시는 분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장비와 인력, 그리고 연구비까지 모두 만족을 하는 국가들 위주로 초전도연구가 주로 진행중인데, 대표적으로 미국, 중국,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같은 소위 과학 선진국들입니다.

이 가운데에서도 중국은 최근 엄청난 연구지원과 많은 연구인력을 활용해 소위 속도전에 능한 연구를 아주 잘합니다. 반면에, 미국이나 유럽, 일본은 속도전보다는 차근차근 한발씩 나아가는 연구를 주로 진행을 합니다 (제가 일하는 분야의 일반론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개별 연구그룹마다 추구하는 바는 연구 책임자 성향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여하튼, 이러한 연유로 LK-99의 재현성과 관련된 연구는 현재 중국이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우리나라는 LK-99 재현 연구를 시도해보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초전도체 기본원리 초전도체를 이해하기 위해선 페르미온과 보존이라는 개념을 이해를 해야 합니다. 흔히 제가 학생들에게 설명을 할 때 비유하기를, 스타크래프트에서 마린과 저글링같이 한 지점에 모일 수 없는것들은 페르미온이고, 뮤탈과 같이 한 지점에 같이 공존할 수 있는 공중유닛들은 보존이라고 설명을 합니다 (아주 엄밀하게 공중유닛들은 아래 위로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이라서 겉보기에만 한점에 모이는 것이겠지만, 기타 등등 엄밀한 내용들은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그런데 물질 내부의 전자는 페르미온입니다. 반면, 초전도와 같은 초유체현상은 보존인 입자가 가지는 성질입니다. 그러면 전자가 어떻게 보존이 되느냐 하는 질문이 생기는데, 전자 두 개가 한 쌍을 이루면 보존이 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때 두 개의 전자가 한쌍을 이루는 것을 쿠퍼쌍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물리적인 감각을 가지신 분은 아마 이렇게 질문을 하실겁니다. 전자는 음의 전하량을 가지고 있는데, 그렇다면 전기력에 의해서 전자와 전자는 서로 밀어내야 하지 않을까요? 네, 바로 이것을 설명하는 것이 초전도 이론의 핵심입니다.

보존인 쿠퍼쌍이 생성되기 위해서는 같은 전기적 부호를 가진 전자들의 결합을 도와주는 어떤 매개체가 필요합니다. 설명을 위해서, 집에 쌍둥이 자녀가 있다고 가정해 보죠. 그런데 이 쌍둥이들은 모든 것들이 똑같아서 무언가를 공유하고 같이 행동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둘은 엄마를 굉장히 좋아해서 엄마와 같이 있으면 (쌍둥이 1)-엄마-(쌍둥이 2) 이렇게 한 몸인 것처럼 움직일 수 있고, 이게 바로 쿠퍼쌍의 생성원리입니다. BCS 이론은 여기서 엄마가 물질 내부 격자의 진동으로 생성되는 입자(포논이라고 불리는 입자)라는걸 밝힌 내용입니다.

만약에 전자들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포논이라면 BCS이론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자들간의 매개체가 포논이 아니라면, 이 경우 우리는 아직 정확한 이론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아쉽게도, 매개체가 포논이 아닌 다양한 초전도체가 존재하는데, 그러다 보니, 이것을 설명하는 이론을 만들면 무조건 노벨상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를 설명하고자 뛰어들었지만 BCS 이론만큼 검증이 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러한 선상에서 LK-99를 설명하는 이론도 바라보아야지, 현재 단계에서 이 이론에 대한 맹신은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많은 분들이 초전도체 하면, “저항이 0인 값을 가지고 반자성(마이스너 효과)이 나타나는 것이다” 까지 알고 계실겁니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은 어떤 물질이 초전도상태로 변화함에 따라서 결과적으로 외부에 나타나는 현상들입니다. 이 부분들을 설명하려면, 내용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이 단계에서는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요점만 전달해드리면, 저항이 0이거나 반자성 효과가 있다고 모두 초전도체는 아니라는 겁니다. 초전도체의 물리적인 정의는, 대칭성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어떤 대칭성이(물리학자들은 게이지 대칭성이라고 합니다) 깨어진 상태입니다.

여기서 대칭성이 깨어졌다는 말은 무질서한 상태가 질서를 가지는 상태로 들어갔다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이것은 바로 엔트로피의 개념입니다. 쉽게 비유를 하면, 방안의 공기분자들이 모두 균일하게 퍼져 있어서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보더라도 동일하다면 이는 공간적으로 대칭성이 존재하는 경우입니다. 반면에, 방안의 공기분자들이 모종의 이유로 질서정연하게 정렬이 된다면 (물론 현실에서 이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이 경우는 대칭성이 깨어진 경우입니다.

초전도체는 바로 게이지 대칭성이라고 불리는 어떤 대칭성이 초전도 임계온도를 기준으로 하여 깨어지는 것이고, 이로 인해서 우리는 전기적 성질로는 0의 저항값(아주 작은 저항값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0입니다), 자기적 성질로는 반자성 효과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초전도 상태로 들어서면, 이 두 가지 현상은 필수적으로 보여야 합니다.

한 가지만 나타난다면, 이는 다른 현상입니다 (예, 저항이 0인 물질이지만 마이스너 효과가 없는 물질은 완전도체라는 개념도 있고, 저항은 0이 아니지만 반자성만 가지는 물질은 일부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초전도 임계온도를 기준으로 엔트로피의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엔트로피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비열, 열전도 등의 특성을 조사함으로써 초전도 상태로 들어가는지를 간접적으로도 증명할 수 있습니다.

논외로 arXiv에 올라온 두 편의 LK-99 논문 중 첫 번째 논문에 비열 결과가 있는데, 사실 여기서는 초전도성을 가진 물질이 보여야 하는 비열 특성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초전도 물리를 전공하는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이 논문의 결과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선을 가지는 강한 이유 중 하나가 여기 있습니다.

개인적인 감상 현재로선 LK-99가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판단을 내리기에는 아직 실험적 결과가 너무 부족합니다. 1911년 초전도체가 처음 발견된 이후로 초전도 지식은 엄청나게 쌓여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LK-99가 진짜 초전도체라면 측정해봐야 하는 물성들이 아주 많습니다.

따라서 지금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부분은, “충분한 실험 결과가 쌓이기 전까지는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 주세요” 입니다. 사실, 상온 상압 초전도체에 관한 논문은 매년 1-2편씩 arXiv에 올라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동료리뷰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되던 터라, 이번에도 처음 논문이 올라왔을 때, 비슷한 수순을 밟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논문을 훑어보았을 때 조금은 갸우뚱한 데이터를 보여주고 있어서 (위에 언급한 비열 결과도 그 중 하나입니다), 논문의 신뢰성이 높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자들이 본인의 레시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또 적극적으로 세계 각지의 재현성 실험에 협력하고 있다는 점은 지금껏 반복되던 과정(결과 공표-재현과정 공개 안함-신뢰성 하락-결과 폐기)과는 다른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과학자들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출처 : 클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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