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 노래방

건국대학교 근처의 노래방은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공간이 아니라, 캠퍼스의 하루가 이어지는 또 하나의 무대다. 낮에는 강의실과 도서관을 오가며 조용히 쌓이던 감정들이, 해가 지면 이 작은 방들 안에서 마이크를 통해 터져 나온다.
건국대 노래방의 가장 큰 매력은 자유로움이다. 시험이 끝난 날, 과제를 제출한 직후, 혹은 특별한 이유 없이도 친구들과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 순간부터 주인공은 바로 ‘나’가 된다. 최신 아이돌 노래부터 오래된 발라드, 갑자기 부르고 싶어진 트로트까지—선곡에는 규칙이 없다. 그 무질서 속에서 웃음이 생기고, 추억이 만들어진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건 ‘시간의 밀도’다. 한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누군가는 숨겨둔 가창력을 뽐내고, 누군가는 박자와 음정을 잃은 채 진심만 남긴다. 잘 부르든 못 부르든 상관없다. 이곳에서는 완벽함보다 용기가 더 중요하다. 마이크를 잡는 순간,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 선다.
건국대학교 노래방은 세대를 잇는 공간이기도 하다. 선배가 불러주는 오래된 노래를 통해 처음 듣는 멜로디를 배우고, 후배의 추천곡을 따라 부르며 새로운 음악을 알아간다. 그렇게 노래는 사람 사이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언어가 된다.
결국 건국대 노래방은 소음을 허용하는 공간이 아니라, 감정을 환영하는 장소다. 목이 쉬고 웃음이 남고, 약간의 후회와 많은 여운이 남는다. 캠퍼스에서의 하루가 끝나도, 노래방에서의 기억은 오래도록 귓가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