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센서

식물과 센서


식물은 왜 꽃을 피울까? 대부분의 식물에서 꽃은 자손을 남기기 위해 피는 것이다.

식물이 적당한 계절에 꽃을 피우게 되는 것은 광주기와 온도를 인지하는 메커니즘이 있기 때문이다. 1900년대 초기에 개화를 연구하던 식물학자들은 광주기와 온도에 맞춰 개화를 유도하는 호르몬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러시아 과학자인 미하일 차일라키얀이 1930년에 플로리겐이라고 이름 붙인 물질이 바로 이 호르몬이다. 플로리겐은 70년이나 비밀에 쌓여 있다가 2007년 마침내 정체가 드러난다.

플로리겐의 존재는, 낮이 짧아지면 꽃이 피는 식물인 단일식물의 잎을, 꽃이 필 수 없는 장일조건 상태에 있던 같은 종의 식물에 접붙이기를 하면 놀랍게도 꽃이 핀다는 사실에서 확인되었다. 즉, 접목한 식물 잎에서 어떤 물질이 생겼고, 이 물질이 줄기를 타고 이동해 줄기 끝에서 꽃을 피운 것이다. 이처럼 물질이 생성된 장소와 작용하는 조직이 서로 다른 경우 동물에서는 호르몬이라고 부른다. 차일라키얀은 개화를 유도하는 물질이 동물의 호르몬과 비슷하다는 것에 착안해, 이를 개화 호르몬, 즉, 플로리겐이라는 근사한 이름을 붙인 것이다.

꽃이 피는 것은 계절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많은 꽃들은 1년 중에 일정기간 동안에만 꽃이 핀다.  토끼풀과 붓꽃은 늦봄과 여름의 장일조건 하에서 꽃이 피며, 반면에 포인세티아와 국화과 식물들은 이른 봄과 가을의 단일조건 하에서 꽃이 핀다

그렇다면, 식물들이 어떻게든 낮의 길이를 측정할 수 있을까?

 식물학자들은 광주기에 대한 반응에 따라 식물을 몇 개의 그룹으로 분류한다. 장일식물은 낮 길이가 보통 12시간에서 14시간일 때 꽃이 핀다.  이러한 식물들은 전형적으로 봄이나 초여름에 꽃이 피고 양상치, 시금치, 사탕무우, 토끼풀, 옥수수와 붓꽃 등이 여기에 속한다.  중일식물은 개화가 광주기에 의존하지 않으며 장미, 금어초, 목화, 카네이션, 민들레, 해바라기, 토마토, 오이 그리고 많은 잡초들이 포함된다.  단일식물은 낮 길이가 짧을 경우, 즉, 보통 늦여름과 가을에 꽃이 핀다.  예를 들어 콩, 벼 등은 하루에 14시간 또는 그 이하의 빛에 노출될 때에만 꽃이 핀다.  열대지방에서는 낮이 항상 너무 길기 때문에 많은 종류의 단일식물들은 꽃을 피울 수가 없다.  식물의 잎을 제거하면 식물이 광주기의 변화에 반응하지 못하며, 식물이 광주기에 대한 반응은 상당히 민감하다.  심지어 사리풀의 경우, 10.3시간의 낮 길이에서는 꽃이 피지만, 낮 길이가 10.0시간일 때는 꽃이 피지 않는다.

이처럼 자연은 인간들이 만들어 낸 그 어떤 측정장치보다도 더 예민하고 효율적인 센서 체계를 스스로 구축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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