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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르낭은 드디어 그곳을 벗어났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걸이로 복도를 유유히 빠져나온다.


 귀족의 결혼은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로 진행된다. 최소 삼 개월, 길게는 1년 동안의 준비 기간을 거쳐야 했다. 날을 간택하려고 성당 세 군데를 거쳐야 했고 예물은 여섯 가지 색조를 고루 갖춰 두 가문이 주고받는다. 카르스텐의 사교를 담당할 때에는 자잘한 약혼과 결혼, 심지어 파혼까지 모두 그에게로 쏟아지곤 했다. 무미건조한 얼굴로 서류 더미를 들춰보며, 페르낭은 무슨 짓을 하더라도 귀족과는 결혼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혼식부터가 이리 끔찍한데, 평생 한 사람한테 또 매이는 건 얼마나 진저리가 날 것인가? 결혼 절차라면 모조리 통달한 후 결론은 딱 한 문장으로 요약되었다. 실수로라도 프러포즈 받는 일은 없어야겠군.


 거기까지 회상하자 벽에 다다른 듯 걸음이 뚝 멎었다. 뒤죽박죽 꼬인 기억 사이에 방금 전 방에 두고 온 소뵈르가 상쾌하게도 떠오른다.


 페르낭 님, 결혼해주세요!


 소뵈르 레니에가 자신을 얼마나 망쳤는지를 떠올리면 끝도 없었다. 그런 말을 뱉은 주제에, 갸웃거리다가 다시 다른 흥밋거리를 찾아보겠지. 상냥하게 매도해봐도 번잡한 마음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얼간이가 된 기분은 또 처음이었다. 휘둘리는 상대에 나름대로 적응했다고 여겼으나, 슬슬 그 판단이 오만의 산물이라는 걸 깨달아야 했다. 왜냐하면, 계획에도 없이 그의 비르를 


 "페르낭 님, 괜찮으십니까?"


 정처 없이 걷던 그가 멈춰선 곳은 두 시간 전엔 다다라야 했던 식당이었다. 깨끗한 의복을 갖춰 입은 남자가 그를 살폈다. 무뚝뚝한 눈동자 사이에서 걱정을 읽을 수 있었다.


 "얼굴이 붉은데, 혹시…."

 "에드거."


 그도 이미 잘 알고 있는 뒷말은 깡그리 무시하곤 말을 잇는다.


 "당신 이상형은 이제부터 웃는 게 예쁜 녹안이야."


 생뚱맞은 소리에 에드거는 잠시 말없이 페르낭을 바라보았다. 가느다란 눈웃음과 함께 침묵하며, 페르낭은 에드거의 답변에 따라 어찌 대처할지를 게으르게 짜두었다. 

어째서입니까? - "외워 두게, 에드거. 주인 나리의 밀명이네." 이미 두어 번 써먹은 문장을 우려먹는다.

제 이상형은 진저입니다. - "사실 제인이 당신을 좋아해." 사실을 말해주곤 행복한 한 쌍을 조성한다.

그건 페르낭 님의 이상형이잖아요? - 죽일 것.

그러나 에드거는 더한 답변을 했다.


 "저는 독신주의자인데요."


 날 선 눈길에 에드거가 빠릿빠릿하게도 굳었다. 나도야. 페르낭은 그렇게 대답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사랑에 빠진 사람이 종종 그러하듯 마른세수를 하곤 한숨을 쉬었다. 낯이 쓸데없이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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