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녀..AU

설..녀..AU



 센이 사는 곳에는 언제나 눈이 내렸다. 눈이 내리기 때문에 이곳에 살기로 한 건지 그녀가 살기 때문에 눈이 내리는 건지 잊어버릴 정도로 오랜 세월이었다. 한 곳에 사는 게 지루하게 느껴질 만큼 긴 시간. 오로지 지독한 추위와 칼바람만이 함께한 날들. 정확한 날의 수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서 얼마나 오래 살았어? 하는 그녀의 질문에도 쉽게 대답할 수 없었던 거다.

 글쎄요... 그래서 센은 잠깐 망설였다가. 로라보다는 어리지 않을까요? 하고 대답했다. 

 그건 별로 의미가 없는 대답인데. 

 나이가 중요해요?

 ...아니. 별로 안 중요해. 


 어떤 사람들은 센을 괴물이라고 불렀다. 또 어떤 이는 유령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요정이라고 애정 섞인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가장 널리 불리는 이름은 설녀였다. 눈의 여자. 눈과 함께 사는 여자. 눈이 내리는 곳에서 태어나 눈이 내리는 곳에서는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 이 척박하고 추운 땅에도 한 달에 한두 번쯤은 꼭 인간이 찾아왔다. 설녀의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로라. 

 응?

 로라도 소문을 듣고 찾아온 건가요?

 소문? ...무슨 소문. 


 깊은 산 속 커다란 호수 너머 일년 내내 눈이 내리는 곳. 그곳에 설녀가 살고 있대. 눈처럼 흰 머리카락에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색의 피부와 눈을 가진 눈의 여인. 그 설녀에게는 신비한 마법의 힘이 있어서, 단 한 번의 입맞춤으로... ...


 설녀가 영생을 선물해준다는 소문이요.

 그런 소문이 있어? 

 사람들은 이야기 만드는 걸 좋아하잖아요. 

 ...진짜야?

 뭐어... ... 후후. 좋은 이야기라면 굳이 고칠 필요가 없지 않겠어요. 


 로라가 고개를 기울이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어쨌든 난 오래 사는 거엔 관심 없어. 어머, 정말요? 이번에는 센이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로라의 눈 안에도 색이 있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타인의 색. 매끄러운 얼음의 성 안에 늘어선 그 어떤 인간에게서도 보지 못했던 것.


 마녀는 영원을 산다고들 하잖아. 

 로라의 소문은 진짜예요?

 뭐... ... 그런 셈이지. 

 나 사실은. 로라같은 사람 처음이에요. 

 어떤 사람? 

 나와 함께 있는데도. 


 얼어붙지 않는 사람이요. 센의 얼굴이 로라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후우. 설녀의 숨결은 로라의 얼굴 앞까지 미쳤다가 연기처럼 하얗게 흩어졌다. 닿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살을 얼게 하는 숨이었지만 로라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로라가 당황스러워하는 건 그저 물리적인 거리 뿐인 것 같았다. 그게 지나치게 평범하게 느껴져서 센은 조금 웃었다. 함께 있는데도 얼어붙지 않는 사람.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색을 타고난 사람... ... 그런 수식들은 정말로 특별한데도, 로라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센은 그게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좋아요!

싱겁게... ...

그러니까, 또 와 줄 거죠?


센이 로라의 손을 잡았다. 잊지 않고, 또 들러줄 거죠? 다음에는 로라에게 줄 선물도 준비할게요. 외로움을 알지는 못했지만 사랑은 알았다. 이 세상의 어떤 얼음보다 차가운 심장이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따뜻함이었으므로 목적 같은 사소한 건 신경쓰지 않았다. 영생의 기회를 노리고 온 사람이라 할지라도 나를 만나러 온 사람이라면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 그러나 그들은 모두 하루를 버티지 못했다.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죽어버렸다. 조금은 슬펐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녀에겐 영원의 시간 동안 사람을 썩지 않도록 하는 힘이 있었다. 아주 간단히. 입맞춤 한 번으로.


어쩌면 그것이 바로 영생의 힘일지도 몰랐다. 로라 모로는 애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센은 쉽게 손을 놓아 주었다. 잘 가요. 또 와요. 죽지 않는 따스함이 있다면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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