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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N 아키텍처는 2011년 10월 발매된 불도저 아키텍처 기반의 CPU에서 벗어나서 5년 만에 아키텍처가 바뀐 AMD의 새로운 CPU다. 2011년 불도저, 더 멀게 보면 콘로 발매인 2006년부터 인텔에 성능으로 뒤져있던 AMD CPU를 단숨에 상승시킨 CPU로 평가받고 있다. 그 ZEN 아키텍처를 사용한 CPU, AMD RYZEN 시리즈가 긴 침묵을 깨고 드디어 발매되었다. 라이젠의 성능을 확인하기 전에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AMD의 역사를 간략하게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Advanced Micro Device​

사실 기업 규모나 인지도로 보나 AMD는 인텔과 비교하면 만년 2위 수준을 벗어날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사실상 2개뿐이라고 할 수 있는 데스크탑 CPU 시장에서 2인자라는 말은 그렇게 큰 의미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AMD가 과거를 따라가 보면 그 2인자라는 이름을 얻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해왔는지 알 수 있다.

AMD가 처음에는 인텔 호환 CPU를 제조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현재는 글로벌 파운드리로 분리했지만 1980년대에 AMD는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파운드리를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인텔은 자체 생산량만으로는 물량을 감당할 수 없어 다양한 회사와 라이센스를 체결했고 그중에는 AMD도 있었던 것이다. AMD는 인텔과 비슷한 시기에 좀 더 고클럭의 제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사용했고 아무리 인텔에게 라이센스 비용이 들어온다고 해도 자사 제품의 판매량이 떨어지는 역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국 1991년, 386과 486제품의 라이센스 소송전이 인텔과 AMD사이에 발생하기에 이른다. 이 소송에서 AMD가 승소하면서 인텔 호환제품을 계속 판매할 수 있게 되었지만, AMD는 차후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호환 CPU대신 자사만의 프로세서를 제작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1995년에 등장한 것이 K5다. 인텔을 이길 수 없는 슈퍼맨으로 상정하고 슈퍼맨의 유일한 약점인 크립토나이트(Kryptonite)의 첫 번째 알파벳 K를 써서 아키텍처 명을 지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여담으로 인텔은 그 시기 586 대신 펜티엄(Pentium)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CPU를 발매한다.


애슬론(Athlon)의 등장​과 1GHz 벽의 돌파

​1996년에는 미국 NexGen을 인수, 그들이 개발 중이던 Nx686을 AMD K6로 발매한다. K6의 성능은 인텔 펜티엄 Pro수준이었으며 그다음에는 K10 아키텍처까지 사용되는 멀티미디어 명령어 3DNow!를 탑재한 K6-2가 발매된다. 다음으로 K6-2에 온 다이 L2 캐시를 탑재한 K6-III를 공개하지만 다이크기가 상당히 커져서 수율이 낮은 문제가 발생한다. 마지막에 문제가 생겨버린 K6지만 그런 문제를 극복한 AMD는 1999년 6월 최초의 애슬론 시리즈인 AMD K7을 출시한다.



▲ 2000년 3월 6일, 세계 최초로 1GHz 벽을 돌파한 AMD 애슬론 K75인텔은 이틀 뒤인 3월 8일, 펜티엄 3 코퍼마인(​Coppermine)으로 1GHz CPU를 발표한다.

이미지 출처: cpudb.stoofoo.net​

더 공정을 미세화하여 같은 해 11월 등장한 K75는 세계 최초로 1 GHz의 벽을 돌파한 기념비적인 제품이다. 2000년 6월에는 K75에 온 다이 L2 캐시를 탑재한 썬더버드(Thunderbird)코어를 투입하는데 인텔 펜티엄 III에 뒤지지 않는 성능과 가격을 무기로 AMD 점유율을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2002년에는 펜티엄 4와의 싸움을 위해 공정을 미세화하고 클럭을 올리는 데 적합하게 설계된 서러브레드(Thoroughbred) 코어를 투입한다. 이때 클럭은 이미 2 GHz를 돌파한다.

​AMD K8 아키텍처 애슬론 64와 최초의 듀얼코어 CPU

​당시 인텔과 AMD CPU의 성능은 호각이라고 해도 될 정도 였다. 인텔이 제품을 발매하면 AMD가 좀 더 높은 성능의 제품을 발매하고 그다음 인텔이 그보다 더 좋은 제품을 발매하는 식이었다. AMD가 그 후속 아키텍처인 K8을 발표 했을 때 인텔이 바로 이어서 하이퍼스레딩이 추가된 노스우드(Northwood) 코어의 펜티엄4와 새로운 메인보드 칩셋을 공개한 것을 보면 인텔이 얼마나 AMD를 의식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2003년에는 K8 아키텍처, 애슬론 64를 선보인다.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알려진 K8 아키텍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당시 AMD는 130nm공정을 사용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는데 이 공정의 수율이 매우 심각하게 낮았다. 3월, 워크스테이션용으로 K8 옵테론을 간신히 투입하지만 데스크탑용으로 투입하기에는 무리였다. 결국 9월에 옵테론용 K8을 애슬론 64 FX라는 이름으로 그대로 데크스탑에 투입한다. 워크스테이션 용인 만큼 성능은 높았지만, 가격은 700달러에 달했다. 또한, 같은 시기 인텔도 제온 MP용으로 제조된 CPU를 펜티엄 4 익스트림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공개하여 CPU시장에 새로운 익스트림 하이엔드 라인업이 탄생한다.

▲ 2003년 733달러에 판매되던 AMD 애슬론 64 FX-51 슬래지해머(SledgeHammer)​이미지 출처: CPU-world.com

AMD가 공정으로 시련을 겪고 있을 무렵 인텔은 고 클럭만을 위한 프레스캇(Prescott)으로 시원하게 자멸해버려 AMD에게 기사회생의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공정 관련 문제는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고 2005년 드디어 최초의 듀얼코어 CPU인 애슬론 64 X2가 등장한다. 조급해진 인텔은 프레스캇 2개를 1개의 기판 위에 올려 듀얼코어를 지원하는 스미스필드의 펜티엄 D를 투입하지만 한 개만 있어도 문제가 많은 물건을 2개 묶어놓은 펜티엄 D는 모든 면에서 AMD 애슬론 64 X2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이시기 AMD는 모든 부분에서 인텔을 완벽히 압도하기에 이른다.


▲ AMD 애슬론 64 X2 4800+ 톨레도(Toledo). 성능은 가장 좋았지만 출시가는 1,001 달러에 달했다.이미지 출처: CPU-world.com

​불안감이 싹트는 AMD K10 아제나(Agena)와 코어 부활

▲ AMD 패넘 X4 9550 아제나이미지 출처: CPU-world.com​

​2006년, 인텔은 절치부심하여 코어 2 듀오(Core 2 Duo)를 투입했고 AMD 애슬론 64시리즈를 압박하고 있었다. 이듬해인 2007년에 AMD는 65nm 공정의 네이티브 쿼드코어를 내세운 K10, 아제나를 선보인다. 1개의 다이에 4개의 코어를 올린 네이티브 쿼드코어와 L3 캐시 도입하는 등의 노력으로 성능향상을 이룩했지만 정작 인텔 코어 2 쿼드(Core 2 Quad)에는 미치지 않는 성능이었다. 단순히 성능만 낮았다면 모르겠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바로 이상할 정도로 높았던 소비전력과 발열이다. 11월, 패넘 X4(Phenom X4) 2개 제품이 발매되었지만 클럭은 2.3 GHz에 불과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데이터가 손실될 수 있는 TLB 버그까지 발생하여 나락으로 떨어진다.

아제나가 겪은 문제는 2009년 ​45nm 공정을 도입한 데네브 코어의 패넘 II X4(Phenom II X4)가 투입되면서 해결된다. 공정이 미세화되면서 아제나보다 더 고클럭을 달성하면서 L3 캐시 용량도 2~3배 추가하여 성능 또한 높힌다. 그렇다고는 45nm 공정을 적용한 코어 2 쿼드 요크필드(Yorkfield)에는 미치지 못하는 성능이었다. 대신 낮은 가격과 오버클럭이 용이하도록 배수 잠금을 해제한 블랙 에디션(Black Edition)을 투입하여 인텔과 차별화를 꾀한다. 인텔은 배수 잠금을 해제한 제품을 999달러의 익스트림 에디션 한 개 제품에만 적용하고 있었는데 AMD는 그것을 일반 제품까지 확장한 것이다.

데네브에서 코어 1개를 비활성화하여 패넘 II X3 헤카(Heka)와 2개를 비활성화하여 패넘 II X2 칼리스토​(Callisto), 그리고 L3 캐시를 제외한 새로운 코어인 프로푸스(Propus)를 애슬론 II X4로, 여기서 코어 1개를 비활성화 하여 라나(Rana)를 애슬론 II X3으로 투입하여 하위 라인업까지 모두 완성시킨다. K10 아키텍처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여기다. AMD 7시리즈 메인보드 칩셋에는 고급 클럭 보정(Advanced Clock Calibration: ACC)라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는데 프로세서의 작동 클럭을 안정화하여 성능을 높이는 기술이다. 그런데 이것을 활성화하자 2개 코어를 가지고 있어야 할 패넘 II X2 칼리스토가 4코어, 쿼드코어가 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코어부활이다. 칼리스토뿐만이 아닌 헤카, 심지어 애슬론 II의 라나에도 이런 현상이 발생하였다. 이렇게 변신한 CPU는 칼네브, 헤네브 등으로 불리며 심지어 라나가 데네브가 되는 라네브까지 등장한다. 확률적이긴 하지만 이것은 K10 아키텍처의 공통적인 현상으로 가장 최하위인 싱글코어, 사르가스(Sargas)부터 나중에 등장한 조스마(Zosma)까지 모두 코어 부활이 가능하다. 저렴한 가격의 듀얼, 트리플 코어가 쿼드코어로 변신하는 이런 현상으로 이시기의 AMD CPU는 가격 대 성능 비가 높은 제품으로 각광을 받게 된다.

​2010년에는 AMD 최초의 6코어 데스크탑 CPU인 패넘 II X6 투반(Thuban)을 공개한다. 하지만 이 시기 인텔은 AMD CPU보다 높은 성능의 1세대 코어시리즈인 네할렘(Nehalem) 아키텍처의 블룸필드(Bloomfield)와 린필드(Lynnfield)를 투입하고 있어 AMD는 힘든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암울한 AMD FX 불도저​(Bulldozer)

​AMD는 한가지 도전을 하게 된다. AMD는 그동안 1GHz의 벽을 돌파했던 K7 아키텍처를 개량하는 형태로 K8, K10 아키텍처를 개발했고 인텔과 비등한 싸움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텔에서 코어 2시리즈를 선보이면서 한계에 봉착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키텍처를 뒤엎는다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그동안 굳어져 있던 1개의 정수 연산 장치와 1개의 부동 소수점 연산 장치(FPU)를 가지는 코어라는 단위에서 2개의 정수 연산 장치가 1개의 부동 소수점 연산 장치를 공유하는 모듈(Module)구조 CPU의 개발이다. 부동 소수점 연산은 과학 연산 같은 고급 연산에 주로 사용되며 일반적으로 FPU의 부하는 크지 않다. 이점에 착안하여 2개의 정수 연산 장치가 1개의 FPU를 공유하여 실제적인 코어 수를 늘리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 바로 모듈이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이 발상은 실패했다. 실제 동작 시 FPU가 절반씩 따로 동작하고 실력 있는 엔지니어들의 퇴사를 메꾸기 위해 도입한 자동 설계의 비효율성을 비롯한 복합적인 문제로 인해 인텔 샌디브릿지(Sandybridge)는 물론 자사의 이전 세대 CPU보다도 낮은 성능의 제품이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 AMD FX-8150 잠베지이미지 출처: expertreviews.co.uk

2011년 10월, 과거 애슬론 64 FX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취지로 FX라는 이름을 사용한 FX-8150 잠베지(Zambezi)와 하위 제품들이 발매되었지만 데스크탑 최초의 8코어라는 상징성을 제외하면 철저하게 실패하고 만다. 얼마나 실패했냐 하면 K10 아키텍처의 패넘 II 시리즈가 쿼드코어만 20개가 넘는 제품을 발매한 반면 잠베지는 4, 6, 8코어 모든 제품을 더해도 10개 남짓한 제품밖에 발매하지 않았다. 사실 못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보다 고 클럭으로 동작하는 FX-8170이라는 제품도 기획되어 있었지만 결국 발매되지 않았다. 대신 인텔보다 뛰어난 그래픽 성능을 바탕으로 라데온 그래픽을 CPU에 통합한 라노(Llano)를 APU로 투입하여 그 실패를 어느 정도 만회한다. APU는 성능을 내세우는 제품은 아니며 고사양 CPU 시장에서 AMD의 입지는 극도로 줄어들게 된다.​

▲ 최대 5.0 GHz 클럭을 달성한 불덩어리 AMD FX-9590 비쉐라이미지 출처: vr-zone.com​

2012년 10월에는 불도저 아키텍처를 개선한 파일드라이버(Piledriver) 아키텍처의 비쉐라(Vishera)를 투입한다. 잠베지와 비교하여 성능은 높아지고 보다 고 클럭을 달성하면서 소비전력을 줄이고 가격을 낮추는 방법으로 어느 정도 판매량을 올린 제품이다. 하지만 경쟁사인 인텔은 아이비브릿지(Ivybridge)와 하스웰(Haswell)을 CPU를 투입하며 AMD와의 격차를 더욱 벌린다. ​2013년 6월에는 무려 최대 5.0 GHz 클럭의 FX-9590을 투입한다. TDP가 하이엔드 그래픽카드에 버금가는 220W에 달하는 등 일반적으로 사용될만한 제품은 아니며 그야말로 5 GHz의 상징성이 가장 큰 제품이다.

​그렇다고 해도 AMD가 CPU시장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2014년에는 다양한 신기술을 지원하면서 오랜만에 공정을 28nm로 미세화한 APU인 카베리(Kaveri)를 투입한다. AMD는 모듈 구조의 CPU를 총 4단계에 걸쳐 개선하여 공개한다는 전략을 이미 공개한 상태였다. 카베리는 잠베지-파일드라이버를 잇는 스팀롤러(Steamroller) CPU를 탑재하고 이미 성능이 검증된 GCN 아키텍처의 라데온 그래픽을 내장하는 형태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다.

짐 켈러의 귀환과 AMD ZEN​

​​그렇다고는 해도 불도저 패밀리로 인텔과의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고 이는 AMD도 마찬가지였다. 애슬론 64로 AMD의 전성기를 이끌고 AMD를 떠났던 짐 켈러(Jim Keller)가 2012년 다시 돌아와서 새로운 아키텍처의 설계를 맡았기 때문이다.

2016년 8월, AMD는 그동안 온갖 악평을 받아온 모듈구조를 버리고 다시 전통적인 방식의 설계를 적용한 새로운 아키텍처, 젠을 소개한다. 그동안 AMD는 아키텍처뿐만 아니라 공정에서도 인텔에 뒤져있었다. 인텔은 이미 2015년 14nm 공정의 브로드웰(Broadwell)을 시작으로 스카이레이크(Skylake)를 투입하고 있었지만, AMD는 여전히 2012년에 출시된 32nm CPU와 28nm APU를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ZEN이 14nm 공정을 사용하여 제조한다고 발표하면서 4년간 뒤쳐져있던 공정도 따라잡는데 성공한다. 2016년의 젠 발표에서 AMD CEO 리사 수(Lisa Su) 박사는 젠이 불도저 계열의 마지막 CPU인 엑스카베이터(Excavator)대비 40%의 성능향상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또한, CPU용 제품의 코어는 최대 8개, 그리고 인텔의 하이퍼스레딩과 같은 멀티 스레드 기술을 적용, 코어의 2배에 해당하는 스레드를 갖는다. 즉, 최상위 제품은 8코어 16스레드라는 인텔 코어 i7 익스트림 라인업과 맞먹는 스펙을 지니게 되었다.

​2016년 12월, 이 젠 아키텍처의 첫 번째 CPU인 라이젠(RYZEN)시리즈의 서밋 릿지(Summit Ridge)를 공개하면서 과거 목표했던 엑스카베이터 대비 40% 성능향상을 초과하는 52%의 성능향상을 이룩했음을 발표한다.

그리고 3월 2일, 그 라이젠이 세상에 공개된다.

▲ AMD 라이젠 7 1800X 서밋 릿지(Summit 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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