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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좀 늦었네. 변명을 하자면 학기가 끝나고 학교 일로 너무 지쳐서 스트레스 받는 일들은 아무것도 상대하고 싶지 않았어. 지금은 지루하도록 쉬고 쉬었고, 훨 나아져서 할 말을 써보려고 해. 나도 별로 말로 하는 솜씨는 좋지 않아서 이렇게 글로 쓰고, 편지로 쓰기엔 내 글씨가 별로 좋아보이진 않아서 여기 글로 보낼게. 톡에 올리면 시간이 지나면 지워지는게 싫어서 여기 적어두고. 지금부터 솔직한 생각을 생각나는대로 적어볼게. 횡설수설할지도 모르겠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린 더이상 어떤 관계에 있지도 않아. 나는 이미 네가 전만큼 좋지 않다고 얘기했고 거기서부터관계랄 것은 이미 끝이었던 것 같아. 네가 아직 날 좋아한대도 일방적인 그게 관계랄 것은 아니잖아...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고, 근데 나는 이게 헤어지자 말해야 하는 타이밍인지 모르겠고, 그런 말이 나와야 할만큼의 관계인지도 모르겠고, 다른 일들 처리가 바빠 그저 미뤄뒀어. 그땐 내가 원래대로 돌아갈 거라며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같은 말을 해뒀지만, 지금 생각할 겨를이 생겨 돌이켜보면 그 전처럼 소위 사귀던 때처럼 돌아갈 가능성은 내겐 없는 것 같아. 


네 말처럼 나는 너와 전처럼 다시 제대로 상대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 첫 시작인 대화부터 힘들어지니, 난 아직도 어떤 방식으로던 널 대하기 힘들어. 네가 날 좋아하는 마음을 정리할 수 있다면 전처럼 좋은 친구로 돌아갈 수 있단 생각은 가끔 해. 여기서 확실하게 하고 싶은건, 네가 날 좋아해서 대하는 애정 행각들에 거부감이 생긴게 아니라, 네가 날 좋아해서 달라진 네 태도를 상대하기가 너무 힘들었어. 뭔가 알게모르게 조금씩 더 막대하는 것 같았달까...


내가 널 참 좋아했지만 좋아한만큼 힘들었고 받은게 한참 많지만 받은만큼 힘들었어. 

이미 했는 말인지 아닌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얘기할게. 난 여러 이유로 내가 네게서 배려받지 못한다 생각했고, 그냥 내가 네가 좋아할때만 좋음받는 트로피같이 느껴졌어. 네 그런 변한 태도에 차라리 네가 날 좋아하기 이전의 그냥 친하기만 하던 때로 돌아가고 싶었고, 그것 때문에 얘가 날 정말 좋아하긴 하나 같은 생각을 수십번 했고. 처음에 말한 것처럼, 우린 더이상 어떤 관계에 있지 않다 생각하지만, 적어도 네가 나중의 인간관계를 위해서 내가 문제다 생각했던 것들은 말해야 겠어. 네가 이미 사과한 부분들도 있지만, 그게 어디서부터 겹치는지 걸러내기는 힘들어서 생각나는대로 적을게. 정말 뒤끝 쩐다 생각하고, 네가 내게 화낼지도 모르겠네. 미워해도 상관없어, 하지만... 너를 오랜시간, 나름 깊이 알게 된 사람으로서 언젠간 해야할 말들이라고 생각해.


우리 서로의 차이때문이었는지 뭣때문이었는지, 대화하기 힘들었던게 그 중 하나였고 해. 그 전엔 없었는데 어느 순간, 작년 말쯤 어딘가에서부터 생긴 문제라고 생각해. 네가 내가 교환가거나 대학원 일정을 해외로 잡거나 하는 것을 아쉬워 하는거... 사실 나는 그렇게 애틋해하지 않고, 순전히 내가 하고싶은 것을 더 하고싶어서 결혼같은 것도 일절 생각도 않던 사람이라 네가 그렇게 해외나가는 것에 슬퍼하고 결혼 농담을 하고 하는 것들이 너무 불편했어. 교환가는거 슬퍼하는거 정도야,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갔어. 하지만 결혼 얘기나 너를 키워달라는 농담들, 너무 내 범위에 있지 않는 이야기들이고, 내가 하지 말아달라고 직설적으로 얘기하지 않고 농담처럼 넘어가서인지 그럴때마다 너무 소름돋고 불편했어. 그 때 확실하게 얘기하지 않았던 잘못도 있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앞으로는 누군가 싫다고 하면 한번에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약속을 잡을 때마다도 고역이었던 것 같아. 내가 도착한 순간부터, 비행기 시차때문에 금방 만나기는 힘들어서 못가겠다, 조별 과제 모임때문에 못가겠다 했는데 한번에 믿지 않고 왜냐고 물어오면서 만나달라, 티알 약속있냐 되물어온거 정말 별 것 아니지만 크나큰 상처였어. 넌 그냥 아쉬워서라고 말했지만 나한텐 그렇게 이해되지 않았고. 난 네게 단 한번도 거짓말을 한 적 없는데, 내가 뭣때문에 너보다 내 취미를 더 중요히 여기고 네 약속을 이유도 없이 거절하고 둘러댄다 생각했던걸까? 싶었고. 아쉽다면 다음 약속을 잡으면 될텐데 왜 내가 네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처럼 뭐 다른 이유 있어? 하고 되물어오고 애처럼 졸라대는 걸까 싶었어. 이게 두세번이 되자 그 다음부턴 그냥 왜 안가고 못가는지 이유도 대고싶지 않아졌어. 내가 네게 그렇게까지 한마디로만 설명을 하기엔 못미더운 사람인가 싶어서. 그래서 네 전시회 초대도 금방 답하지 못했어. 그때도 그저 현생부터 힘들었고, 네가 또 되물어오고 그 대화를 반복하며 힘들거란게 겁났어. 어딘가 외출하기엔 힘들었고, 힘들어서 못간다 하면 또 와달라고 졸라댈까봐. 네가 그렇게.... 뭔가 아쉬워서 한다는 그 행동들은 내게는 너무 애가 떼쓰는 것 같고 불편했어... 이 부분은 너도 충분히 사과한 것 같지만... 이런 대화들이 다른 누구들과도 앞으로도 있을거라면 지금처럼 아쉽다며 마냥 즉각적으로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받아들이지 말고... 좀 더 어른스러운 대화로 풀었으면 해. 쓸데없는 설교같은 말들은 여기서 끝낼게.


우리의 다른 마찰들, 네 일상으로 대화를 얘기를 하고 내가 불편해 하는 부분은 누군가의 문제라기 보단 그냥 우리의 고칠 수 없는 차이점이었던 것 같아. 네 일상 얘기들, 집안 얘기들은 공감할만한 곳이 없었고 네가 억지로 꺼낸 것 같아서 흥미가 전혀 생기지 않았어. 그렇다고 다른 주제로 얘기를 하기엔 지금와선 우리의 흥미의 교접점은 전혀 달라졌고, 난 그걸 억지로 압박해서 너와 보내는 시간에 자컾같은 얘기나 하고싶진 않았고. 그러고 나니 대화를 나눌거라곤 하나도 남지 않았어. 차라리 너와 아무말없이 걷고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카페에 앉아있고 자는 너나 그림을 그리는 너를 구경하던 그런 때들이 더 좋았어. 나는 대화를 그렇게 필요로 하던 사람은 아녔나봐. 그래서 직접 만나지 않고서 카톡같이 말로만 해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려고 하고 있으니 더 심화된 마찰들이었던 것 같아. 이 부분은... 우리가 서로 고칠 수 있다 생각하지 않고, 대화를 줄이고 직접 만나 시간을 더 많이 보내기만 하기엔 내가 요즘 외출이 편하지 않아서, 그냥... 내가 너와의 관계를 정리해야 하겠다고 생각하게 된 부분이야.


또, 우리가 계속 문제있던, 서로에게 돈을 쓰고 받는 것들. 이것도 그저 우리 둘의 차이의 문제였다고 생각은 해. 나는 네게 물질적인 것들을 주는게 내 호감이었지만 너는 네 사정이 있어 무상으로는 그런 것들을 받고싶지 않아 했고, 와중에 나는 계속 네게서 받기만 하고. 내가 해주는 네 건강 걱정들도 뭣도 다 거절 하면서 네가 내게 해주고 싶은 것들만 계속 해주니깐... 이게 내가 그저 네 트로피같다고 여기게 된 부분 같아. 내가 나타내는 호감들은 다 거부당하고 난 그저 네가 주는 호감들만 받았으니까. 기분이 나빴고... 별로 다시 겪고싶지는 않아. 이것도 우리 둘의 차이점이고 서로를 위해 고칠 수 있을 만한 부분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다시 겪고싶지 않으니.... 관계를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한 두번째 부분이야.


끝으로... 우리 관계에 있던 일들에 대해 나도 사과할게. 작년은 특히 내 우울감이 너무 심했고, 그걸 핑계로 나도 너를 막 대하면서 시도때도 없이 호감을 갈구하고... 취미같은 것들로 너에게 쓸데없는 압박감을 줬어. 내 감정적인 말들을 참 침착하게 잘 들어주고 받아들여줬다고 생각해. 지금 멀쩡해져서 돌이켜보니깐 필요없는 말들이었고 너무 이성적이지 않아서 말하지 않았으면 했어. 이 부분들에 대해서 너도 화날만 하다 생각하는데, 정확히 어느 부분들을 내가 네게 잘못했을까 생각해봐도 당장 깨끗하게 떠오르는게 없어, 정확히는 어떻게 사과해야할지 모르겠고, 어떻게 보상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나도 네게 잘못했단 것 하나만은 확실해서... 진심으로 사과할게.


우리의 차이점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다 생각하지 않아서, 그리고 서로 좋아하고 나서 바뀐 우리 친분의 형태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우린 헤어지는게 맞다 생각해. 내가 이런 트러블들을 겪고도 아무 문제 없던, 소위 연애 시기로 멀쩡히 돌아갈 용기도 없고, 틀어진 사람들끼린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다시 잘해보자란건 통하지 않는 말이라고... 뭐 연애 많이 해본 내 친구가 그러더라. 나는 다시 너와 좋은 친구로 돌아가고싶고, 그러기 위해선 어떤 깊은 관계에서는 빠져나와야 한다 생각해.

네게 사과를 받고 싶다기 보단... 좀 제대로된 끝을 내고 싶어. 내가 네게 좋은 사람이었던 것 만큼 좋은 관계의 끝을 보고 싶어. 그래도 너보고 날 좋아하는 마음을 접어달란건 아냐, 여느때처럼 나는 네가 나를 좋아하는 감정 자체에는 일말의 거부감도 느끼지 않으니깐 말야.. (만약 아직도 좋아한다면 말야... 지금 네가 어떻게 느끼는지 잘 모르겠고 김칫국일지 모르겠네). 다만 내 쪽에서... 연애하던때의 파트너같았던 그런 분위기로는 못돌아가겠다는건 확실히 하고싶어. 로맨스적 어쩌구들의 애정 행각이 불편해서라기 보단... 너와 깊은 관계를 맺어서 생기는 우리들의 차이점의 문제들로 다시 스트레스 받고싶지는 않고, 그냥 전처럼 널 만나 편하게 놀러다니고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 대화 한 점 없다가 다시 대화를 나눠도 여느때처럼 친하고 그런 때말야... 뭐 그렇게 지내다보면 어느 순간엔 다시 서로 좋아지고 그럴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거 아니겠어. 내 친구가 말한 것과는 달리, 마침표를 찍는 것 보단 그냥 시간이 뭔가 바꿔볼 수 있는 열어두는 끝을 만들고 싶어. 나중에 가선 우리들도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모르잖아.

나는 네게 화난게 아니고, 내가 널 용서같은걸 할 처지는 아니라고 생각해. 이렇게까지 사랑받아 본적은 처음이었고, 너도 내게 좋은 사람이었어. 그저 우리가 이걸 경험으로 두고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고. 지금 이때가 지나가고 다시 긴장감없이 친하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어. 어느 때 한 번 만나볼까 싶기도 한데, 이런 얘기들을 쏟아내놓고 바로 만나기엔 너무 성급한가 싶기도 하지만 어쨌건 네 대답에 달렸겠지. 답장은 안해도 돼. 우리가 정말 회복될 수 있는 관계라면, 답장은 꼭 할 말이 없다면 구태여 안해도 언젠간 돌아오겠지 싶어. 여기서 이만 줄이고, 오늘 하루 좋은 밤 보내길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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